다섯번째 이야기

   등급제 신용 평가는 안녕!
   조목조목 따져 세세하게 매기는 점수제도 스타트!

그동안 신용에 무지했다면, 혹은 이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꼭 알아야 할 이슈! 15년간 유지해오던 등급제가 사라지고 새롭게 점수제가 등장했다. 앞으로 신용계의 뉴페이스가 보여줄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존의 등급제는 애매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신용을 고작 10개 등급으로 나누어 분류했기 때문에 몇 백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등급에 묶여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간발의 차로 한 단계 아래 등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였는데, 가장 난감한 사례가 6~7등급 사이에 걸쳐있는 경우! 아깝게 6등급에는 들지 못하고 7등급을 받으면서 제1금융권인 일반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하고 제2금융권에 머물러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6등급 꼴찌와 7등급 일등 그룹 간에 차이가 거의 없기도 해서 당사자는 꽤나 억울했을 것이다. 등급이 달라지면 대출 금리에서 꽤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큰 문제다.

그래서 기준이 너무 포괄적인 등급제 대신 세분화된 점수제가 등장했다. 점수제는 1,000점을 만점으로 하며 모든 신용을 1점 단위로 환산한다. 개인의 신용이 어느 등급에 속해 대략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리얼한 신용 상황을 반영해 세심하게 점수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점수제를 따르면 신용 관리나 금리 진단 등도 보다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올해 1월 14일부터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다섯 개의 은행이 신용점수제 평가체계를 도입했고,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2020년까지 전 금융권에 적용할 계획이다.

중요한 변화로는 초정밀 신용 진단이 가능해진다는 것!

1점 단위까지 따져서 점수를 매기는 신용점수제로 평가 결과를 세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전에는 625점과 626점이 같은 신용 등급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둘을 다르게 구분한다. 이렇게 매긴 점수를 기준으로 신용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도 각자의 신용 점수에 따라 정교하게 책정할 수 있다. 이전처럼 아쉽게 등급 턱걸이를 놓쳐 낮은 금리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진다.

앞으로는 연체 금액과 기간의 기준이 조금 완화된다. 

단기 연체 금액이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기간은 5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각각 바뀌었다. 장기 연체도 마찬가지다. 50만 원/3개월 이상에서, 100만 원/3개월 이상으로! 또 연체 내역을 기록해 남겨두는 기간도 줄어든다. 기존에는 연체를 한 번 하면 3년간 연체이력정보가 그림자처럼 남아있었지만, 앞으로는 1년으로 단축된다. (참고로 연체이력정보를 공유하는 시점은 연체를 전부 상환한 시점으로부터 1년이다.) 

당연히 연체는 하면 안 되지만! 깜박 잊었거나 혹은 불가피하게 연체를 해야만 하는 경우 등의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연체자 꼬리표를 달았던 사람들에겐 좋은 소식이다. 단, 상습적으로 연체를 하는 경우엔 해당 없음. 최근 5년 동안 2건 이상의 연체 기록을 가지고 있다면 이전과 똑같이 3년간 기록이 남는다.

등급이 모자라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2금융권을 이용했기 때문에 등급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것은 팩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걱정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이전에는 1금융권과 금리가 같아도 단순히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 하락 폭이 더 컸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0.25등급이 하락하고, 2금융권에서 받으면 1.6등급이 하락했다. 동일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하락폭이 약 6배나 차이가 난다니!

앞으로는 대출받은 금리를 기준으로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1금융권에서 받든, 2금융권에서 받든 상관없이!

등급제에서는 신용 평가를 위한 지표 자료로 카드 사용이나 대출 상품 이용 등 금융 거래 실적을 주로 활용했다. 문제는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나 전업주부, 고령자 등의 경우다. 이들은 금융 거래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계에서 경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4~6등급을 받았다. 보험료나 공과금, 휴대폰 요금 등을 연체하지 않고 성실히 납부했다면 좀 억울하긴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공공요금, 사회 보험료, 통신비 납부 등 비금융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성실하게 활동했다면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 해외에서는 신용 평가를 점수제로 개선하면서 개인의 금융 정보 외의 내용도 종합적으로 살펴 불이익을 받는 이가 없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소액인데 한 두건쯤 연체하면 어때~ 등급도 똑같을 텐데 뭐’ 하는 안일한 생각은 금지다. 다각화된 평가 방식으로 인해 그간 불합리했던 내용들이 개선되고 완화되긴 하지만, 유연해진 데가 있다면 조일 데가 있는 법. 실질적인 평가는 훨씬 까다롭고 항목도 늘어난 것이니까. 그러니 신용도에 있어서 늘 긴장을 늦추지 말자. 이를 계기로 신용 점수라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신용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인식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바뀐 신용 점수제는 달라진 취업 면접 문화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출신 학교, 어학 점수와 같은 대외적인 스펙보다 이제는 지원자가 해 온 다양한 활동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지 않나. 신용 점수제 역시 금융 거래 스펙만 챙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신용도를 중요시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새겨두자.